“난 괜찮은 사람인가?”
26년 4월의 첫 날, 내 엔진이 멈췄다.
난 증명해야 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사랑받아도 괜찮은가?”
“내가 이만큼 가져도 좋은가?”
“이걸로 충분한가?”
결핍은 내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뒤쳐지지마”
“무시당하지마”
“증명해”
“더 올라가”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해?”
스스로를 통제하고 조여왔던 내 20대 이후의 삶.
그날, 내 엔진이 멈췄다는 것을 난 며칠 후에 알았다.
그것은 놀라운 기분이었다. 뇌가 꺼지는 그 느낌은 마치 시스템 강제 shutdown이라도 한 것 마냥 허무함으로 전환되었다.
어 뭐지. 왜 허전하지. 왜 텅 빈 것같지. 왜 이러지?
왜 과거가 자꾸 생각나지? 내가 놓친게 있었나?
나도 모르게 가장 첫 번째로 한 행동은 놓쳤던 인연의 복구였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내가 신경쓰지 못한 인연을 챙기고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렇게 15년만에 아꼈던 친구와의 인연을 되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어있다. 왜? 아직도?
허전함을 해소하려 친구들을 만나본다. 그들은 이런 적이 없었고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들어줘서 고마웠다.
가장 친한 친구인 용진이를 만났다. 내가 무너졌을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최고의 친구다.
“네 목표를 달성해서 그런거 아닐까? 늘 나한테 얘기했잖아?”
성공하고 싶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 평생의 목표?
내 본능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인정하는거야?
내가? 정말?
어느 날 회사후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최근 취미는 무얼 하시나요?”
“글쓰기. 요새 허전해서 글을 좀 써보는데 좋더라. 생각 정리가 되는 것 같더라고”
“어.. 저도 그랬어요. 무슨 감정인지 알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글쓰기 했어요.”
“저는 안정적인 회사 입사하는게 목표였는데, 입사하고나니 텅 비었었어요.”
너도 그랬구나. 나만 겪는 감정이 아니었구나.
내 인생의 중심에 있던 “목표”를 이루면 일시적으로 이 감정이 드는 것 같다고 우리는 이야기했다.
맞는 것 같다. 하나 하나 클리어한 내 목표 중, 남은 것은 직장인으로서 내가 목표했던 가장 높은 구간에 도달하는 일이었으니까.
4월의 첫날 그것을 이룬 것은, 내 인생의 중심에 있던 마지막 목적을 달성한 거였구나.
그것들이 우리 인생의 중심에 있었구나.
아직 내 머리는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내 몸은 너는 이제 충분해. 너는 자격이 있어라고 받아들였지만, 내 이성은 그게 낯선 것 같다.
한동안은 이 상태를 즐기며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내 자존감은 충분히 강력해졌다고 생각했는데, 28년간 축적된 내 결핍회로는 쉽게 꺼지지 않는구나.
이성과 본능이 동기화 될 시간이 필요하겠지.
용진이가 술 한잔 따라주며 해준 말이 기억난다.
“너 이제 할만 큼 했잖아. 너 괜찮은 놈이야.”
그 말을 되뇌며 나는 오늘도 웃어본다.
그래. 나 별로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