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며 알게 된 것

난 정말 설거지가 싫다.

하루만 신경안쓰면 씽크대에 식기가 수북히 쌓여있는데, 이걸 치울 생각을 하면 일단 열받고 시작한다.

한창 날이 서있던 시절, 난 설거지만 하면 짜증이 났던 것 같다.
하루에 10분만 시간내면 되는건데, 쌓고 쌓여서 주말에 한번에 하니 30분이 걸린다.

30분동안 꼿꼿히 서있는데 씽크대도 너무나 낮다.
그 상태로 설거지를 하면 허리가 진짜 너무 아팠다.

아마 디스크가 터진 이후에 더 싫어진 것이 확실하다.

최근 와이프가 아가를 가졌다.
태명은 루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집안일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놈의 설거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말에 청소기를 돌리고, 방을 닦고 빨래를 돌렸다.
내가 설거지를 싫어하니까 와이프가 설거지를 했다.

와이프가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봤는데 머랄까, 괜히 마음이 안좋다.

아 내가 할걸.

설거지 하나 하기 싫다고 임신한 와이프를 집안일 시키고 있었네.
그냥 청소하듯이 하면 되는건데 뭐가 그리 싫었을까.

와이프 손의 장갑을 벗기고 내가 낀다.
마저 하겠다는걸 극구 말리고 의자에 앉힌다.

내가 좀 귀찮으면 되는건데.
이런 모습을 보니 난 아직 덜큰게 확실하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이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뭐 그리 잘났다고.

하지만 내일도 설거지는 싫겠지.
그래도 해야지. 앞으로도 계속 할거다.

조금 싫고 말지. 이건 누가 괴롭히는게 아니니까 참을 수 있다.

내가 하면 와이프가 쉬니까.

참나.
설거지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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