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의 의미

초라했지만 설렜던, 30살의 진짜 시작.

보잘것없던 3년간의 취준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나만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3년간 놀고만 있지 않았다. 기업 PC 유지보수도 해봤고, 온라인 쇼핑몰 개발도 해봤다. 축산 유통업회사에서도 일했다.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진짜 의미의 첫 번째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필드였다.
진심으로 되고 싶었던 개발자라는 이름에 처음으로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낮은 연봉이었지만 기분 좋은 회사생활을 느끼게 해줬던 첫 직장은, 내 가치가 아직 작다는 현실과 그래도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했던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TCP 통신의 기초를 익혔다. 말보단 코드로 가르쳐주는 사수로부터 테크닉을 배웠고, 또래보다 늦게 입사한 나를 형이라 부르며 커피 한잔 내려주던 따뜻한 동료들과 함께 사회를 배웠다.
신입이지만 존중을 느꼈고 나 역시 그들을 존중했다.

출근이 즐거웠다.
다음 일이 기다려졌다.

3년간의 취준으로 바닥까지 내려갔던 내 자존감에, 다시 커리어의 불씨가 붙고 있었다.

내 위를 보면 그들의 실력이 보였다.
그들의 경험치를 보면, 내 미래가 조금은 보였다.

내가 맡은 대외계 업무, 내가 익힌 소켓 프로그래밍 테크닉, 내가 쌓은 간접 금융권 게이트웨이 개발 경험은 훗날 내가 유니크한 필드로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이 되어주었다.

연봉이 낮다고 절대 하찮지 않았다.
회사가 작다고 업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꽤 잘해냈다.

물론 어려웠던 순간이 없었겠는가.
자신감을 다루지 못하고 첫 장애가 났던 날. 월 1회의 사전공시 송신 기능을 빼트려 버렸던 그 순간, 내 머리속은 하얘지고 손은 덜덜 떨렸다.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였던 그 날.
경험 조금 쌓였다고 다 안다는듯 상사에게 말 실수를 했던 날. 내가 올라탄 이 궤도가 맞는 길인가 고뇌하며 스스로 불안했던 나날들.

이런 날들을 지나오며 내 심장은 조금씩 단단해졌던 것 같다.

다음 회사로의 이직을 확정짓고 한명 한명 인사를 하며 회사를 돌던 마지막 날.

“너 최고였어!”
“항상 밝게 인사해줘서 좋았어”
“넌 어디서든 잘할거야. 화이팅!”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던 후배를 기억한다.
그 후배와는 8년 후에 다시 연락이 닿게 된다.

잊을 수 없던 첫 직장의 순간들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금 설레는 마음을 안고 두 번째 스텝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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