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들 밥값을 자주 내는 이유

언제부턴가 이 녀석들을 만나면 내가 주로 밥을 산다. 또는 술을 사거나.
이 놈들은 내 절친인 용진이의 동네 친구들. 용진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지낸 친구들이다.

파주 용진이네 정육식당에서 알바를 하던 20대 중반의 어느 날, 용진이가 이놈들을 가게로 데려왔다.
용진이는 나를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혔다.

“어.. 너무 날것 느낌이 나는데..”
“내가 굳이 얘네랑도 친구 해야되나?? 용녀만 있음 되는데?”

첫 대면부터 나를 격없이 대하던 놈들. 말투도 거칠고 예의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 처음엔 꺼려졌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너무나 끈끈한 놈들. 이놈들에겐 이미 나도 친구였다.

용진이와 친구들은 나를 자주 불러 밥과 술을 사줬다.
당시 취준생으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나는 이 친구들이 너무나 귀찮고 싫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그 자리에서 난 억지 웃음을 짓는 것 같았으니까.

“난 밥이나 술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귀찮게 좀 하지마라!”

몇 번의 트러블이 있었다. 단체 카톡방에서 내가 짜증을 내고 나가기도 했다.
용진이가 날 다시 초대하면 난 스윽 대화에 참여한다. 이놈들은 별말 없이 받아줬다.

내가 튕기고 이놈들이 끌어당기고 반복하기를 몇 년째.
어느 순간 나도 결국 그러려니 한 것 같다. 이놈들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니까.
이 친구들은 나를 놓지 않는 것 같다.

이놈들은 오늘도 가만히 있는다.
한 놈이 카드를 들이민다. 하지만 난 역시나 카드를 거절한다.

그때 난 귀찮기만 한게 아니었나보다.
이 친구들과 함께 그 시간들을 견뎌낸것 같다. 머리는 인정하지 않지만 감정은 인정하나보다.

맞다. 그때 내가 받은 위로는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녀석들과 함께 있으면 꾸밈없는 내가 되는 것 같다.
걱정도 슬픔도 사라진, 그저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그 시간이 난 좋았나보다.

이놈들도 알거다. 내가 그 시간을 고마워해서 밥을 산다는 것을.
내가 보자고 하면 다들 무조건 나오는 놈들이 정말 웃긴다.

다음 달엔 같이 뭐 먹을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