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86, 내 첫번째 자기보상

2500만원의 손이 떨리는 내 인생 최대의 금액
33살의 그날, 나는 도요타 86을 손에 넣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기준은 대체로 비슷하다.
넓은 공간, 편안함과 편리함,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차, 무의식에서 나오는 하차감(?) 그리고 이동수단.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달랐다. 내가 땅에 붙어있는 기분. 평소엔 모르지만 원할때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바디. 마음을 녹여주는 엔진음. 순수 드라이빙만으로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차.

그런 관점에서 내 드림카는 Lotus Elise & Exige 지만, 이 차들은 유지보수가 어렵고 금액도 많이 들어 다루기 어렵다. 당시의 나에겐 더욱. 내 눈은 자연스럽게 대안을 찾아나섰다.

첫 직장에서 두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확정 한 후,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쳐서 현실적인 드림카를 구매하고야 만다.

[도요타 GT 86 15년형]

4기통 박서엔진의 거친 사운드, 짧은 휠베이스의 회두감각, H쉬프터의 깔끔한 손맛,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라이버를 키우는 그 차.

내 첫 직장이 커리어의 첫번째 출발선이었다면,
86은 내가 처음으로 내 취향과 욕망을 현실로 끌어온 것이다.

실수령 180에서 어머니 용돈을 드리면 내게 남는 150만원.
미래를 얻기 위해 현재를 투자한 댓가. 작지만 작지 않은 금액. 그때의 내 시장가치였던 그 금액을 힘껏 모았다.

모으고 모아 도달한 86은 나에게 너무나 특별한 자동차.

사랑하는 여자를 처음 조수석에 태운 소개팅 첫날.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한 첫 두물머리 드라이브.
서킷에서 랩타임을 찍으며 꿈을 이루었던 그 순간.
주차장에서 친구와 어린시절 꿈을 이야기하던 그 공간.

가질수 없던 것이 나의 것이 된 첫번째 그 순간, 나는 더욱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도요타 86에는 사랑, 드라이브, 서킷, 친구, 그리고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브레이킹의 감각이 함께 들어있었다.

지금의 나는 더 좋은 차를 구매할 수 있다. 더 성능좋고 더 내 감각에 맞는 그런 차를 내 곁에 둘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나의 늦은 출발선에서의 처음 피어난 작은 해방감 ’86’

그래서 더 소중하다.

큰 성공 후의 보상이 아닌,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을 때 어렵게 손에 넣은 나의 첫번째 꿈.

도요타 86은 내게 그런 차다.

이제야 가능성의 발판을 딛기 시작한 내게 도달한 작은 보상.
비싸서 좋은 차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처음으로 웃게 만든 차.

그리고 이 차는 언젠가.. 도요타 수프라로 바뀔 예정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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