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게 맥북이라는 거야!”
후배가 신나게 사왔던 맥북 프로. 그렇게 대학 시절 연구실에서 맥북을 처음 접했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미려한 GUI에 우리에게 필요한 터미널까지 장착한 OS.
유닉스 기반의 macOS(당시 OS X)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당시 거지였던 나에게 정품 맥북은 진짜 그림의 떡이었다.
와 진짜 갖고 싶다.. 쩐다.. 이 말만 반복했던 것 같다.
그때 해킨토시라는 위대한 프로젝트를 만났다.
당시 정가 150~200만원 짜리 맥을 60만 원대 노트북으로 돌릴 수 있는 프로젝트.
애플이 자체 CPU를 사용하는 지금과는 다르게, 인텔 CPU를 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성비? 장난 아니지.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애플 마크 하나 보자고 한달, 두달 삽질을 했던 그 날들.
카멜레온 부트로더가 드디어 제대로 작동했다.
검은 화면 위로 로그가 주르륵 올라가고, 결국 애플 마크가 스크린 정중앙에 뜨는 걸 보며 환호했던 그 날!
60만 원짜리 노트북에서 200만 원 짜리 사과가 빛나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인텔 맥은 사라지고 실리콘 맥의 시대가 됐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해킨토시 노트북을 쓴다.
씽크패드 X13 2세대. 심지어 CPU는 AMD다. ㅋㅋ.

씽크패드의 아름다운 키감과 빨콩.
블로그 글쓰기에는 이만한 기계가 없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랄까.
가난했던 시절의 해킨토시는 절약이 아니라 소중한 승리였으니까.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라, 기술로 이겨서 쓰는 맥이었으니까.
(사실 거지라 돈 없었다;)
현재의 나는 정품 맥을 못 살 형편은 아니다.
맘 먹으면 나도 32GB 램에 가상화든, 도커든, 무거운 IDE든 다 할수 있는 사람인데.
해킨토시보다 훨씬 빠른 맥북인데. 이제 돈도 있어서 그냥 사면 되는건데.
굳이 맥북이 필요한가? 라는 이유를 댄다.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겠지.
언젠가는 자존심을 접고 실리콘 맥을 들이게 되겠지.
애플이 인텔맥 지원을 OS 레벨에서도 끊어버렸으니, 그 날은 더 빠르게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난 다 안다.
그날이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씽크패드의 뚜껑을 연다.
(초사고 챌린지 14. 해킨토시 심화버젼으로 재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