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값이 아깝지 않던 저녁

“한번 먹고 사라질 1회성 비용에 이 돈을 왜 써야해?”

예전의 나는 비싼 식당에 가는 것을 이해 못 했다.

과연 1회성 비용에 이 정도 금액이 가치가 있는가?
그것도 한번이면 사라지는 먹는 것에.

특히 연애를 한창 하던 시기인 10년 전의 인당 5만원은 내게 큰 금액이었다.

이 생각은 꽤나 오래갔다. 찌니를 만나고 좋은 식당들을 다니며 조금은 적응은 되었지만, 가장 최근까지도 여전했으니까.

몇 달 전, 내 진급 파티를 해주겠다고 와이프와 처제가 식당을 잡았다.
물론 비싸더라도 내가 계산할 생각이었지만, “굳이 비싼 식당에서” 라는 생각은 당연히 들었다.

음식이야 뭐, 평범한 파스타와 피자였다. 물론 맛있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건 음식이 아니었다.

창가가 정면으로 보이며 저녁 빛이 스며드는 자리.
그리고 공간에 소리의 울림이 없이 대화가 잘 들리는 그 곳.

케이크 초를 불며 동시에 앞을 본다.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과 함께 와이프와 처제가 내 진급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오빠 드디어 ㅠㅠ.. 진급 짱 축하해!!”
“형부! 축하해요~!!”

‘어 너무 보기가 좋네.’
‘이 몽글몽글한 기분은 뭘까?’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멈춰진 이미지로 연속된다.
마치 1 프레임 단위로 펼쳐지는 모습이랄까.

그 프레임마다 와이프와 처제가 웃고 있다.
나도 웃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금액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 저녁.

어떤 식사는 배가 아니라 시간을 채우는구나.

예전엔 이런 게 안 보였다.
그저 허세라고만 생각했고, 의미라곤 찾지도 않았으니까.

‘내가 이런 자리에 앉아도 되는 사람인가’ 뭐 이런 생각이나 했겠지.
뭘 하든 자격부터 따지던 시절처럼.

억눌렸던 감정을 쓸데없는 이성으로 포장해 온 지난 시간이 조금은 아깝다.

요즘은 혼자 있을 때 카페도 간다. 마찬가지로 뭐하 러가 라고 느꼈던 곳.

지금도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의 분위기 값은, 내가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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